'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이 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 5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를 대표 발의자로 해 당론으로 법안을 발의한 지 64일 만이다.
하지만, 이 법안도 여야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린 다른 쟁점 법안들처럼 '대통령 거부권 행사→법안 재표결→폐기' 수순을 또다시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타협 없는 정쟁을 이어가며 다른 민생 현안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25만원 지원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이 국회로 되돌아오면 재표결을 거치는데, 여기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여당의 협조가 없으면 법안은 부결된다.
지난달 30일 야당이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한 방송 4법 역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상황이다.
앞서 22대 국회 첫 법안이었던 '채상병특검법'은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국회 재표결 과정에서 폐기됐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 남짓이지만 채상병특검법과 방송 4법에 이어 '25만원 지원법'까지 야당 단독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법안 폐기의 도돌이표를 벌써 세 번째 찍게 될 공산이 크다.
이번 법안은 전 국민에게 25만에서 35만원 사이의 민생 회복 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지원금 지급을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한 것이 법안의 골자다.
민주당은 당초 25만원 일률 지급 방안을 추진했지만, 법안에서는 지급 금액을 대상에 따라 25만원 이상 35만원 이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소요 예산은 25만원 지급 시 12조8천193억원이고, 35만원을 지급할 경우에는 17조9천471억원이다. 여야는 이 법안이 발의된 이후 정반대 주장을 펴며 평행선을 그려왔다.
법안을 추진한 야당은 지역 상품권 지급이 내수 경제 활성화 및 세수 확대를 도모하는 '긴급 처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은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는 '현금 살포법'으로 규정하고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
거부권을 쥔 윤 대통령이 공개 반대한 법안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 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에서 "국민 1인당 왜 25만원만 줍니까. 한 10억원씩, 100억원씩 줘도 되는 것 아니냐"라며 25만원 지원금 제안을 작심 비판한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역시 이날 기자들을 만나 "13조원의 재원이 소요되지만, 재원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며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는데 법률을 통해서 행정부에 예산을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