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명시하지 않은 선관위, 헌법 수호와 국민 통합을 외면한 것 아닌가

  • 등록 2025.06.04 1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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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 보궐선거 당선자 공고에서 임기를 명시하지 않은 채 발표를 마친 것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 권력의 정당성을 규정짓는 헌법적 핵심을 회피한 것이며, 법치주의와 국민 주권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중대한 위헌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70조는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정하고 있으나, 이는 정상적인 임기 만료에 따른 선거를 전제로 한다. 반면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보궐선거의 경우, 헌정질서상 당선자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만을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과 제헌 이래의 헌법 관행, 그리고 국민의 정치적 직관 모두가 일치하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중앙선관위는 이번 보궐선거 당선자 공고에서 임기의 시작과 종료 시점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임기를 ‘5년’으로 자의적으로 선언하는 상황을 방조하게 되었으며, 이는 헌법의 권력 분립과 정당성 원리에 중대한 손상을 초래한다.

선관위는 단지 투표를 집행하는 행정기관이 아니라, 헌법기관으로서 정치 권력 형성의 전 과정에서 중립성과 법적 명확성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그 임무에는 당연히 당선자의 임기 명시도 포함되며, 특히 보궐선거라는 예외적 상황에서는 국민의 오해와 정치적 혼란을 막기 위한 더욱 정교하고 명확한 고지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국민 통합의 기회조차 외면했다는 점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나라 안팎의 갈등은 여전히 깊고, 대통령의 임기를 둘러싼 모호성은 오히려 정치적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분열을 부추기는 요소가 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헌법적 명확성 위에 세워진 국민적 신뢰, 그리고 절차적 정의를 통한 대통합의 시작이다.

임기 문제를 정치 논쟁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선관위가 헌법 기관답게 책임 있게 나서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공식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대통령의 권위는 선거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국민이 부여한 정당한 권한 속에서 행사될 때 비로소 정통성을 갖는다.

더 이상 국민이 정치 권력의 경계에서 혼란을 겪는 일이 없도록, 선관위는 헌법의 편에 서서 국민 앞에 분명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론 분열을 치유하고, 모든 국민을 위한 새로운 통합의 길을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관리자 기자 pub999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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