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바로 서야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 등록 2025.06.30 08: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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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법과 제도 위에 존재하지만, 그 법과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치가 공정하고 건강해야 한다. 정치가 무너진 국가에서는 행정도, 사법도, 경제도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 최근 한국 사회는 정치의 기능 부전으로 인한 심각한 시스템 불안을 마주하고 있다.

헌법은 국가 시스템의 가장 근본적인 설계도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한다. 이는 권력이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집중되지 않고, 국민 모두의 공동 통치에 의해 운영되어야 함을 뜻한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대통령은 헌법 제86조 제1항을 근거로 장관을 임명할 권한을 갖지만, 이 권한은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적 신뢰 위에 서야 한다.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거나, 정치적 견제 장치를 무시하는 것은 헌법이 전제하는 권력분립 정신에 정면으로 반한다.

정치의 실패는 단순한 권력 다툼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행정의 독주로 이어지고, 법치의 붕괴를 초래한다. 입법 기능이 마비되면 행정 권력은 편법과 시행령 통치로 흐르게 된다. 실제로 최근 국회의 파행으로 인해 민생 법안은 장기간 표류하고 있으며, 정부는 시행령과 행정명령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국민의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행정권의 자의적 권력 남용 가능성을 키운다.

국가 시스템은 정치적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정치가 불신받으면 시장도 불안해진다. 세계은행(WB)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연구에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외국인 직접투자가 감소하고,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데이터가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정치적 갈등이 심화될 때마다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경기실사지수가 급격히 하락하는 현상은 이미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역사적 사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조선 말기 세도 정치의 폐해는 국가 시스템 붕괴로 직결되었고, 결국 외세의 침략과 국가의 주권 상실로 이어졌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정치권의 개혁 지연과 정쟁은 위기 극복을 더 어렵게 만들었으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정치의 분열은 정책 대응의 속도와 효과를 심각하게 저하시켰다.

정치가 공정하고 바로 설 때 국가 시스템은 비로소 제 기능을 한다. 법률은 형식적 규범에 불과하고, 그 법을 살아있는 질서로 만드는 것은 정치적 결단과 합의다. 헌법재판소 역시 반복적으로 “법치국가란 단순히 법률이 존재하는 국가가 아니라,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고 국민적 동의 위에 설 때만 성립한다”고 판시해왔다.

대통령은 법적 권한 이전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동반자로서 생산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사법부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고히 유지해, 법의 마지막 보루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정치가 바로 서지 않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정치의 실패는 곧 국가 시스템의 실패다.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근본은 경제도, 외교도 아닌 바로 정치의 부정상태에 있다. 이제는 정치가 공정성과 책임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만이 행정이 제자리를 찾고, 법치가 지켜지고, 경제와 사회가 안정되는 유일한 길이다.

관리자 기자 pub999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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