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세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두고 중동 내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다시 살얼음판을 걷게 되자 미국은 이란 억제를 위해 중동 내 군사력을 증강하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오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란의 태도가 며칠 새 더욱 호전적으로 급변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 "압도적인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 발언은 그간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관측되던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결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일 이란이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을 단행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의 군기지 등을 공습했고, 이란은 재보복을 천명한 상태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은 지난달 말 있었던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인한 피해를 축소하는 듯 보였고 새로운 보복에 나서기보다는 사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으나, 최근 며칠간 이란 관리들이 태도를 바꿨다"고 짚었다.
하메네이의 이번 발언은 미국 국방부가 중동에 탄도미사일 방어 구축함, 전투기 대대와 공중급유기, B-52 전략폭격기 몇 대의 추가 배치를 지시한 시점에 나온 것이다. 중동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이 철수 준비를 함에 따라 나온 후속 조치이지만, 앞서 이스라엘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를 배치한 데 이어 전략폭격기까지 보냄으로써 전투력은 더 강화된다.
이는 이스라엘을 이란의 대규모 공습에서 보호하고 필요시 이란의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억제력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로 관측된다.
미국 국방부는 "이란, 이란의 파트너나 대리 세력이 이 순간을 이용해 역내 미국 인력이나 이익을 목표로 삼을 경우 미국이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임을 계속해서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병력 증강은 미국의 휴전 중재가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과 연동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주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주요 특사를 중동에 파견해 이스라엘과 하마스·헤즈볼라 간 휴전 중재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 휴전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도출하려는 시도였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휴전은 중동 분쟁과 확전 위험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여겨지고 있으나, 군사작전에서 승기를 잡은 이스라엘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여전히 소극적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 이란에 더 강경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호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오는 5일 미국 대선의 결과를 보기 전에는 휴전을 선택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겨냥한 공세를 지속하고 있고, 인명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를 공습해 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쳤다. 전날에는 레바논 동북부 베카 계곡 일대 공습으로 최소 52명이 숨지고 72명이 다쳤고, 가자지구에서 최소 6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과 가자지구에서 120곳 이상을 공습했고, 레바논 티레에서 헤즈볼라 지휘관 2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또 가자 북부와 중부, 남부에서 지상작전도 수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헤즈볼라도 맞대응하면서 이스라엘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날 새벽 레바논에서 발사된 로켓포 3발이 아랍계 주민이 많은 이스라엘 중부 샤론 지역 티라 마을을 강타해 11명이 다쳤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