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폭파함으로써 여기에 투입된 한국 국민 세금 1억3천만 달러(약 1천768억원)를 공중에 날려버렸다. 3년 전 폭파한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에 이어 남측 예산이 투입된 자산을 잇달아 파괴함으로써 우리 정부 당국이 북한에 법적 책임을 물을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이날 정오께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의 군사분계선(MDL) 이북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경의선과 동해선은 각각 한반도 서쪽과 동쪽에서 남북을 연결하던 길이다.
경의선은 서울역에서 출발해 고양과 파주를 거쳐 북한 개성, 평양, 신의주로 이어진 총연장 499㎞ 철도다. 애초 1906년 일본이 개통했다. 동해북부선으로도 알려진 동해선은 1937년 개통돼 양양∼원산 구간 180㎞를 이어주던 철도로, 금강산이 구간에 포함된다.
남북 분단으로 단절됐던 경의·동해선 철도, 그리고 철도와 함께 난 육상 도로의 재연결은 그간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에 뜻을 같이했고 2002년 9월 착공식이 있었다. 이후 우리 국민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남북 관계가 부침을 겪으면서 경의선과 동해선은 상징적 존재로만 남아 있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기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남북이 합의하고 재차 착공식을 열었으나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운행까지 이뤄지지는 않았다. 북한은 작년 말부터 남북 간 육로 단절을 위해 도로 주변 지뢰 매설, 가로등 제거, 철로 제거, 인접 부속 건물 철거 등을 지속해서 진행해왔다.
이달 들어 북한군 총참모부가 지난 9일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총참모부는 공사에 "폭파 작업도 예정돼 있다"고 밝혔으며,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폭파를 준비 중인 정황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지 하루만에 결국 연결도로 폭파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