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피격된 천안함 선체를 함께 둘러봤다. 이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이날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동시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공식 행사가 끝나고 한 위원장이 미리 천안함으로 이동해 윤 대통령을 기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이 참석해 피격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국가를 위협하는 세력에 잘 맞서서 대응해야 한다"며 "어떠한 위협도 응징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화를 나눴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렇게 명백하게 도발과 공격을 받았는데도 자폭이라느니 왜곡, 조작, 선동해서 희생자를 모욕하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또, 최 전 함장에게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냐"며 "반국가세력들이 발 붙이지 못하게 해서 더 많은 위로를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영웅들을 이렇게 모욕하고, 조작하고 선동하고 왜곡하는 세력들이 계속 그런 일을 하고 있다. 반드시 막아 내야겠다"며 "저희가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조작과 선동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종북 세력의 준동을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대화를 이어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현장에 있던 천안함 유족들과 만나 일일이 악수하고 천안함 용사의 희생정신을 기렸다. 행사를 마친 윤 대통령은 차에 탑승하기 전 한 위원장과 악수하며 한 위원장의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경기도 안성에서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해 영웅들을 기리는 날이니, 저는 서해 영웅들에 대한 모욕이나 선동이라는 것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고, 그런 부분을 막아내기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말씀을 대통령님과도 나누고 최원일 함장과도 나눴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이날 만남은 다른 의미에서 주목받았다.
내달 총선을 앞두고 당과 대통령실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4·10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가파르게 고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위원장이 이종섭 호주대사의 조기 귀국과 황상무 전 시민사회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양측간 갈등이 빚어졌고, 또 비례대표 명단 작성을 놓고도 정면충돌 양상을 보였다.
여권에서는 이같이 계속해서 내부 파열음이 터져 나올 경우 당과 대통령실이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마침 이 같은 시기에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나면서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든 상징적 장면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정 간 갈등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23일에도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의 처리를 둘러싸고 대립한 후 서천 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난 바 있다.
이후 엿새 만인 같은 달 29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다시 전격 회동하며 갈등 봉합이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게다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함께 만난 장소에도 정치적 함의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피격을 대하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차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날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도 이재명 대표 대신 홍익표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여권으로서는 총선을 앞두고 안보 이슈를 띄우면서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안성=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