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의료계 요구인 '조건 없는 의대생 자율 휴학' 승인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할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국가거점국립대 총장들은 의대생들이 개인적인 사유로 제출한 휴학원을 대학별 여건에 맞춰 자율적으로 승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교육부에 건의했다. 의대생들의 휴학을 승인하는 게 대규모 유급·제적으로 인한 혼란을 막고 오히려 이들의 마음을 돌려 2025학년도 복귀를 돕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그간 '내년 복귀를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라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했지만, 잇따른 교육계 건의에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 24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대생 자율적 휴학 승인' 문제에 대한 질의에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해 입장 변화의 가능성을 일부 시사하기도 했다.
의대생 자율 휴학 승인은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내건 사항이기도 하다. 두 단체는 지난 22일 협의체 참여와 관련한 입장문에서 "의과대학 학생이 제출한 휴학계가 여야의정 협의체 발족에 앞서 대학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허가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의대협회는 지난 24일 39개 의대 총장에게 이달 말까지 조건 없는 휴학을 자율적으로 승인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종태 이사장은 "대부분의 대학이 10월 31일까지 휴학을 처리하지 않으면 많은 학생을 유급·제적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조건 수용 가능성을 내비치자 의료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은 의학회가 계속 요구했던 일"이라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기한까지 각 대학 총장이 휴학을 실제로 승인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의 '양보'가 협의체 불참 입장을 고수하던 전공의·의대생의 태도 변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선 나온다. 여기에 현재 가시화하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대한 불신임 추진이 의대생 휴학 승인 검토와 맞물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미칠 여파에도 정부와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정 갈등 국면의 핵심 축인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박단 비상대책위원장과 임 회장의 갈등 양상이 의료계 목소리를 한데 모으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는만큼 새 의협 지도부 구성이 박 위원장의 입장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그간 "임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그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며 임 회장의 사퇴를 촉구해왔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16개 시도 의사회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임시 회의를 열고 임 회장 불신임, 비대위 설치 등 안건 상정을 의결한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박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 시도 의사회장은 연합뉴스에 "비대위가 출범하면 정부와의 대화 등 의정 갈등 해소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며 "전공의와 학생, 의대 교수, 개원의 등이 하나 된 의견을 가지고 정부와 협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들도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공감대가 이뤄진 상태"라며 "비대위가 출범하면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