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생 이슈에 집중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장관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불러 직보 받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부처별 업무보고 연장선에서 주제별로 관계 부처 장관 서너 명을 조합해 논의 테이블을 여는 '하이브리드' 업무보고를 사실상 상시화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관계 부처 장관을 수시로 불러 머리를 맞대는 추세"라며 "효율적인 논의가 가능하고 결론도 신속하게 낼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은행 돈 잔치'를 질타한 데 이어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 경제 관계 장관 7명과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을 모두 불러 모아 대책을 논의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16일에는 법무부·국토교통부 장관과 경찰청장으로부터 전세 사기 단속 상황을 보고 받고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이번 주에도 일정이 사전 공개된 보고만 두 건이다. 먼저 이날 오후 노조 회계 장부 공개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장관 보고가 이뤄진다.
오는 21일 오전에는 법무부·고용노동부·국토부 장관과 경찰청장으로부터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 대책에 관해 보고받는다.
연일 이어지는 보고는 윤 대통령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미국 행정부처럼 각 부처 장관에게 '비서'(Secretary) 개념을 도입, 사실상 대통령의 참모로 일하게 하는 방안을 구상한 바 있다.
장관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에게 보고하고, 그것을 수석이 다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과거의 방식은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깔렸다.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부처별 업무보고를 윤 대통령과 장관의 1대1 압박 면접 형식으로 진행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됐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만 장관들을 만나고, 나머지는 대통령실 참모를 매개로 부처 간 업무를 조율하던 종전 국정운영 시스템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관 장관끼리 서로 자주 만나서 소통하는 자리로도 의미가 있다"며 "부처 간 장벽이 자연스럽게 허물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상시 보고와 논의 시스템을 통해 실효성 있는 민생 대책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부처 차원의 도식적인 대책이 아니라 '체인지 싱킹'(Change thinking) 차원에서 더 국민 관점의 실효적인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