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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개헌, 졸속은 안된다. " 시간과 합의의 자유 민주주의가 기틀 돼야"

2025년 4월 6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는 제안을 담화 형식으로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개헌의 필요성과 국민적 동의를 강조했지만, 그 방식과 시기는 되려 헌법 개정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개헌은 정치 일정에 맞춰 끼워 넣을 수 있는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한 나라의 헌정 질서를 새롭게 짜는 중대한 사안이다. 수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 숙의와 갈등 조정이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치르자고 한다면, 과연 국민은 헌법 조항의 구체적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개헌을 대통령 선거와 같은 정치적으로 뜨거운 날에 함께 치른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정당과 후보에 대한 선호가 개헌안에 대한 찬반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헌 국민투표의 독립성과 정당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헌법은 정치의 산물이 아니라, 정치 위에 존재하는 국민의 약속이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다. 국민투표법 개정, 국회 개헌특위 구성, 개헌안 도출 및 공론화 과정까지—그 모든 절차를 불과 1~2년 만에 마치자는 것은 무리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발상 자체가 ‘졸속’의 시작이며,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다.

우원식 의장은 “정치가 국민 앞에 응답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응답은 속도전이 아닌 숙의의 시간으로 이뤄져야 한다. 진정한 개헌은 지금의 정치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합의’여야 한다.

개헌은 신중해야 한다. 아니, 반드시 신중해야만 한다. 지금이 개헌의 ‘때’인지 아닌지를 떠나, 최소한 졸속으로 진행되어선 안 된다는 점만은 명확하다. 개헌을 위한 담화라면, 그 첫 문장은 “시간을 충분히 갖자”는 국민에 대한 약속이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