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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제만 해도 패닉 상태…전쟁터 떠나 귀국할 수 있다니 감사"

"지난 10일 첫 수송기가 떠나고 나서 대한항공 측에서 로마와 두바이 등 제3국 경유 귀국을 안내해줬지만, 그곳까지 가는 비행기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바람에 두차례나 예매했다가 취소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7일째인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관문인 벤구리온 국제공항 제3터미널.

"지난 10일 첫 수송기가 떠나고 나서 대한항공 측에서 로마와 두바이 등 제3국 경유 귀국을 안내해줬지만, 그곳까지 가는 비행기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바람에 두차례나 예매했다가 취소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7일째인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관문인 벤구리온 국제공항 제3터미널.

 

정오가 지나자 입국장과 출국장 사이 2층 로비에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이 마련된 임시 수속 창구에 한국 국적의 단기 체류객과 현지 교민, 주재원 가족 등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정부가 마련한 군 수송기 편으로 귀국길에 오르려는 사람들이었다. 자정을 넘겨 14일 0시1분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을 이륙한 우리 군 수송기 '시그너스'(KC-330)에는 현지 체류 한국인 163명과 일본인 51명, 싱가포르인 6명 등 총 220명이 탑승했다.

 

 

이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발이 묶였거나 애초 예매했던 귀국 항공편이 취소돼 지난 일주일간 마음을 졸이며 불안감을 느껴왔다.

 

주 이스라엘 한국대사관은 지난 12일 SNS 이스라엘 안전 정보 공지방을 통해 우리 국민 귀국을 위한 항공편 지원 소식을 알리고 탑승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귀국이 무산될까 봐 끝까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신들을 수송할 항공기가 군 수송기인 사실을 모르던 일부는 항공기 이륙 일정을 표시하는 전광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한국 국적기를 발견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서 전광판에 출발 정보가 뜨고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이었다.

 

지난 4일 성지순례 관광차 이스라엘에 왔다는 조 모(여·58) 씨는 "우리 국민을 태운 대한항공기 비행기가 지난 10일 떠난 뒤에 한두차례 더 수송기가 뜰 것으로 예상하고 안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원래 13일에 타기로 했던 비행편이 취소된 상태에서 대한항공에서 안내했던 로마 두바이 등 제3국 경유 귀국길의 경우 경유지까지 가는 비행운임이 천정부지로 뛰고 일정 확정도 안 돼 어제까지 패닉 상태였다"며 "뒤늦게 대사관에서 귀국 지원 공지를 해 신청하고 일찌감치 공항에 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마스 공격 첫날인 지난 7일 예루살렘 감람산 관광 도중 폭발음과 함께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들었다는 그는 "처음엔 무서워서 움직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정보가 없어서 전쟁이 난 줄은 저녁에 숙소에 들어간 뒤에야 알았다"고 당시의 공포를 떠올렸다.

 

재단법인 원뉴맨패밀리 소속으로 지난 8월부터 이스라엘 유대 기구에서 알리야(해외 거주 유대인의 이스라엘 귀환) 지원 업무를 해온 황미진(여·32) 씨는 "전쟁이 터진 후에도 업무는 계속해왔지만,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한국에 가는 비행편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귀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계속 사이렌이 울리는 상황을 처음 경험하는지라 처음엔 불안했지만 일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또 이스라엘 군 당국에서 사흘 치 식량을 준비하라고 했을 때는 충격도 받았다. 방공호에서 사흘간 생활을 하는 게 진짜냐고 현지 직원에게 묻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여수에서 왔다는 한 여성 관광객(59)은 "애초에 예매했던 비행기를 타려고 지난 10일에 공항에 왔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때부터 다소 불안했다"며 "언론에서 나오는 전쟁 소식을 계속 들으면서 더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돌아간다니 마음이 놓이고 가족들도 안심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비행기가 뜰 때까지는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군 수송기로 귀국하기 위해 공항에 나온 사람 중에는 단기 체류객 이외에 현지 교민과 주재원 가족들도 있었다. 반려견을 데리고 공항에 나온 주재원 가족은 "우리가 떠나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데려왔는데, 반려견을 태워주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텔아비브=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