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3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돼 이런 상황을 맞게 된 것에 마음이 무겁고, 국가 미래를 위해 여당이 단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대구 달성군 사저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와 면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고 신동욱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권영세 비대위' 출범 이후 당 지도부의 박 전 대통령 예방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1시간가량 진행된 면담에서 "두 대표가 윤 대통령이 있는 구치소에 방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참 무거웠다"며 윤 대통령의 건강과 마음 상태를 물었다. 이에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건강과 평정심을 유지하며 지금 사태에 잘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 국가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대내외적인 여건이 어렵고 경제·민생이 매우 어려우니 집권 여당이 끝까지 민생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3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 박 전 대통령과 1시간가량 면담을 진행했다. [국민의힘 제공]](http://www.bcnnews24.kr/data/photos/20250310/art_17409909053349_d3a6cd.jpg)
특히 "거대 야당을 상대로 하는 힘든 일이 많겠지만,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꼭 다해달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두 대표(권영세·권성동)가 경험이 많은 만큼 이 상황을 잘 극복할 것"이라며 "어려울 때는 대의를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돌이켜보면 개인의 소신이 항상 있을 수 있지만, 집권당 대표가 소신이 지나쳐서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힘을 합쳐야 한다. 개인행동이 지나치면 상황을 어렵게 할 수 있다"라고도 밝혔다. 이어 "집권 여당 의원들이 소신을 내세워 개인행동을 너무 지나치게 하는 것은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내부 단합을 강조하며 '집권당 대표'를 언급한 것은 한동훈 전 대표를 가리킨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한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 등을 놓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대통령실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이 있고, (양 진영 지지자가) 대립해 상황이 매우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된다"라고도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에게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자신이 국회 측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은 데 대해 "박 전 대통령께서 사랑을 참 많이 주셨는데 마음 아프게 해드려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다 지난 일인데 너무 개의치 말고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신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권 비대위원장이 면담을 마치고 나오며 "권 원내대표는 오늘 사면을 받았네요"라고 말하자 박 전 대통령은 웃음을 지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권 원내대표가 8년 전 비박(비박근혜)계 중심의 바른정당 소속이자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았다. 탄핵 이후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