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선 정치가 점차 ‘사법적 불확실성’이라는 새로운 질서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정치의 본질은 국민과의 신뢰 계약이며, 선거는 그 계약을 갱신하는 절차이다. 그러나 그 계약이 법적 리스크라는 불투명한 장막에 가려진다면, 유권자의 선택은 혼란 속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단순한 후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향후 대선의 구조적 흐름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적 역정을 통해 ‘성남시장-경기도지사-대선후보-야당 대표’라는 독특한 경로를 걸어왔다. 그의 정치 스타일은 분명하다. 강력한 추진력과 대중 친화적 언어, 그리고 선명한 개혁 메시지로 뚜렷한 지지층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의 경력 전반에는 각종 사법적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백현동 개발 사업의 절차적 불투명성,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검사사칭 및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 복수의 형사사건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물론 법치국가에서 피의자는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이재명 후보 역시 법적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고 있으며, 본인은 모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 정치의 세계는 법정의 논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정치의 본질은 ‘신뢰’이며, 선거는 신뢰를 묻는 국민적 심판의 장이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사법리스크는 단지 법적 판단을 넘어서, 후보로서의 정치적 신뢰성과 국가를 맡길 수 있는 도덕성의 문제로 치환되어 국민 앞에 서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는 단순한 반비례 공식으로만 볼 수 없다.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이재명 변수’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을 복잡한 함수관계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 사법리스크가 남아있는 한, 그의 지지세는 일정 수준에서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중도층과 무당층은 사법적 불확실성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둘째, 반대로 이러한 공격이 과도하거나 부당하다고 인식될 경우, 그의 핵심 지지층은 더욱 결집하며 ‘정치적 박해 프레임’을 형성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집중되었을 때, 이 후보의 핵심 지지율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며 선전한 바 있다.
셋째, 사법리스크는 여권의 전략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여권은 이재명 후보를 '유력하지만 취약한 상대'로 인식하고, 정면 승부를 택할지, 제3의 후보 띄우기를 선택할지 저울질하게 된다. 만일 여권 내 대항마가 약하거나 분열될 경우,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가 본선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시 말해,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는 그의 경쟁자 구성과 그들이 제공할 ‘대안적 신뢰’의 수준에 따라 더욱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정에서의 유죄 판결 가능성은 정치적 미래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 형사사건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만 선고받아도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만약 주요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후보 전략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며, 이는 곧 야권에게 유리한 정치적 지형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반면, 무죄 판결이나 결정적 무혐의 처분이 나온다면, 이 후보는 ‘정치적 피해자’의 프레임을 통해 본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반전의 기회를 얻게 된다.
결국,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는 대선의 본질적 변수이자, 선거판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적 키(key)로 작동하고 있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며, 법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이 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유권자들은 매우 민감한 선택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국민은 도덕성과 정책 비전, 그리고 국가적 리더십에 대한 종합적 판단 속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지금이야말로 사법리스크에 대한 분명한 대응, 성실한 해명, 그리고 국민과의 신뢰 복원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불확실성은 정치의 적이며, 신뢰는 그 대안이다. 사법리스크의 그늘을 넘어설 수 있을지, 그것이야말로 이재명 후보가 직면한 가장 큰 정치적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