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측을 겨냥하는 600㎜급 초대형 방사포에 핵탄두를 탑재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군은 추가 핵실험이 필요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고각 발사만으로는 북한이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성했는지 평가하기가 어려우며, 추후 더 큰 도발을 위해 최신 ICBM 화성-17형 대신 15형을 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화성-15형 발사 명령과 실제 발사 간격이 9시간 이상 벌어진 이유로 남측 정찰 공백 시점을 노린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은 일종의 '기만'에 가깝다고 군은 평가했다.
20일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초대형 방사포의 핵탄두 탑재는 현재 제한된 것으로 군이 평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초대형 방사포에 핵을 탑재하려면) 추가적인 핵실험이 필요하지 않겠나 평가한다"며 "탄두를 소형화해서 직경과 중량이 소형화되어야 하는데, 그 기술을 달성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초대형 방사포 발사 소식을 전하며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전술핵 공격수단"이라고 전술핵을 명시했다.
군은 북한의 지난 18일 화성-15형 발사만 가지고는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완성 여부를 바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화성-15형을 고각으로 발사했다"며 "재진입 기술을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정상 각도에서 발사해야 한다. 고각으로 쏘면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므로 (대기와 재진입체의) 마찰이 일어나는 부분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탄두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는 고도 100㎞에서 6천∼7천도에 이르는 고열이 발생하고 항력과 기류가 작용하므로 정밀 제어 유도 기술이 필요하다. 이때 진입 각도가 달라지면 평가 조건이 모두 달라진다.
합참 관계자는 일본 측에서 공개된 화성-15형 추정 영상에 대해서도 "이것만 가지고는 성공과 실패를 거론하기가 제한된다"고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은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이 실패했다면 탄착 순간까지 탄두의 해당 신호자료들을 수신할 수가 없게 된다"고 이날 담화에서 밝혀 재진입에 성공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0일에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북한은 전날 공개 보도에서는 화성-15형이 5천768.5㎞까지 상승해 거리 989㎞를 4천15초간 비행했다고 밝히는 등 자세한 계측 정보를 내놨다. 대기권으로 재진입한 탄두를 끝까지 정확하게 추적했으니 재진입에 성공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또 운용 중인 군사위성이 없는 북한이 지구 곡면에 의해 계측이 제한될 수도 있는 원거리까지 날아간 탄두에서 송출된 정보를 원활하게 수신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합참 관계자는 "동해로 떨어진 고각 발사였으므로 충분히 지상에서도 수신할 수 있는 범위였다고 생각된다"며 "기술을 어떻게 접목했느냐, 검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군은 북한이 ICBM을 쏘기까지 실제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는 여러 변수가 있어서 북한이 주장하는 '기습 발사'가 가능한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봤다. 북한은 18일 오전 8시에 화성-15형 발사 명령서를 하달했다고 밝혔고, 군이 탐지한 발사 시간은 오후 5시 22분으로 간격이 9시간 22분이었다. 북한은 이 발사가 불시에 계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은 액체 연료를 미리 별도 용기에 채워두는 '앰풀'을 마련해두면 발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미사일을 꺼내기 전 보관시설에서 미리 연료를 보충해뒀다가 이동식발사대(TEL)로 옮겨 발사해도 같은 효과가 있다고 봤다. 명령과 발사의 간격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대형 ICBM에 미리 연료를 주입해두면 TEL에서 기립시키기 어려우므로 기립을 먼저 시킨 다음 연료를 주입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지만, 군은 북한이 TEL에서 운용하는 미사일은 '연료 주입 후 기립'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김여정 부부장이 발사 시간으로 "공중정찰에 동원됐던 적 정찰기 7대가 내려앉은 15시 30분부터 19시 45분 사이의 시간을 골랐다"고 언급한 부분은 의도적 기만이거나 사후적 짜맞추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군 정찰자산에 항공 정찰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위성 등 다른 자산도 있는데 김 부부장이 항공 정찰기만 언급한 점으로 미뤄 군의 정보·정찰 역량을 일부러 깎아내리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 정찰자산의 시간표를 다 쥐고 빈 곳을 찾아서 쐈다는 뉘앙스로 말했지만, 지나고 보니 (발사 시간과) 우연히 맞아서 그렇게 말한 것일 수도 있다"며 "사전에 (우리 정찰자산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라고 전했다.
다만 북한이 보유한 레이더로도 우리 군의 항공 정찰기 동태를 파악할 수 있으며 그 탐지 범위는 한반도 전역에 해당한다고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8일 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서 화성-15형보다 크고 사거리가 긴 화성-17형을 비롯해 고체연료 추정 신형 ICBM 등을 공개했는데 이번 발사에는 화성-15형을 동원했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화성-17형은 개발이 되고 있는 체계로 보고, 화성-15형은 어느 정도 개발돼서 검증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체계로 본다"며 북한이 개발 정도를 고려해 화성-15형을 꺼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위기를 고조시킬 때 수순이라는 게 있다"며 "그런 수순에 의해서 조금 더 작은 체계고 사거리가 짧은, 그러면서도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화성-15형을 사용한 것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서울=연합뉴스】